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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분류/추억.친구91

옛이야기 옛이야기 마루 박재성 황석산 골짜기에는 호랑이가 살았다는데 가을 단풍 지며 섧게 울면 마을 감나무에 까치밥이 찬바람 불러 함께 울고 밤새 다녀간 서릿발 하얀 발자국에는 감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호랑이가 지린 오줌이 고드름 되었다는데 새벽녘 굴뚝에서 뭉게구름 풀풀 날리면 .. 2016. 11. 10.
그 날의 행복 그 날의 행복 마루 박재성 토끼풀 꽃을 따다가 꽃반지 만들고 꽃팔찌 만들고 꽃목걸이 만들어 가녀린 네 손가락에 뽀오얀 네 팔목에 우윳빛 네 목에 하나씩 채워주며 세끼 손가락 걸고 네 볼에 엷은 입맞춤 하며 우린 결혼을 하였고 너를 내 아내로 맞았다 햇살 방긋한 그 날에 아가 인형.. 2016. 11. 10.
친구야 친구야 마루 박재성 삶의 틀에는 구속이 따른다 님이라 불러야 하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하며 헤어진다 우리는 너라고 부르고 이놈이라 인사하고 좋았다 하며 헤어진다 서로의 어깨를 치며 옛이야기로 잔을 채우고 서로의 얼굴로 안주한다 그것이 틀이 없는 우.. 2016. 11. 4.
친구들을 보내며 친구들을 보내며 마루 박재성 골목길 된서리에 떨쳐야 한다는 것을 아는 벽오동의 외로움은 긴 겨울을 기억하고 있다 멀건 하늘에서 바람이 일고 마른 잎사귀를 흔들면 부딪는 소리에 지난 여름날을 생각하지만 바람 따라 우수수 떠나는 잎새들 떨켜마다 전해지는 냉기는 봄부터 지녀온.. 2016. 10. 28.
고향 집 고향 집 마루 박재성 이엉 엮어 놓은 지붕 그 하늘에서 호박 하나 뚝 떨어져 늦가을 호박죽 내음이 담장을 넘으면 감나무 까치밥에 목매던 까치가 깍깍 검은 눈빛에 호박죽 담아 가더라 떠나올 때 닫아둔 사립문 호롱불빛 흔들던 바람이 열어 주려나 2016. 10. 19.
시월에는 시월에는 마루 박재성 바람 앞에 머무는 살갗이 에이면 밤마실 나갔다 붉은 홍시를 얼굴에 담아 오는 누나가 화롯불에 구워주던 밤 내음이 구수하게 그리워진다 깜박깜박 졸음에 겨운 별빛이 산 사이 하늘에서 떼싸움하고 사립문 넘나드는 달빛이 교교한 제 그림자에 넋을 잃는 시월에.. 2016.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