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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분류/자연·꽃258

구절초 구절초                            마루 박재성 왜곡된 삶의 여정 뉘라서 없으련마는 천형의 아픔 자리를 온몸의 마디에 안고 때마다 속죄의 눈물 흘렸으렷다 그 눈물로도 모자라 새벽이슬 모두어 씻고 또 씻어 내렸으렷다 그리고 정갈해진 마디 끝에 꽃 한 송이로 마음 담아 맑은 하늘 우러러 바라니 누구의 돌팔매가 필요하랴 그저 있는 그대로 해맑은 모습 그대로만 바라볼 뿐 2024. 10. 8.
배롱나무꽃 배롱나무꽃                            마루 박재성 백이었을까 천이었을까 여름 한철 꽃으로 피었다가 해마다 그리움 달래며 지기를 그리운 눈빛 찾는 이 순간도 백날을 이어 이어 수백수천의 그리움으로 피고 지며 하나로 붉게 피었는데 딱 한 번만이라도 그 눈빛에 파르르 지고 싶은데 무심한 태양은 천년도 짧다 하며 저만 바라보라 한다 2024. 8. 13.
연꽃이여 연꽃이여                          마루 박재성 꽃잎 한 장 열어 하늘을 열고 꽃잎 한 장 열어 해와 별을 짓고 꽃잎 한 장 열어 바람을 부르고 꽃잎 한 장 열어 생명수 흘리고 꽃잎 한 장 열어 생명을 깨워 우주를 펼치고는 그 안에 우뚝 솟아 유려한 선과 곡 사이로 몸 사르는 향긋함마저 품었으니 제 스스로 아름답다 하련만 하늘 바라 시침 뚝 떼고는 아름답다 하기를 기다린다 2024. 7. 22.
한 포기의 풀 한 포기의 풀                               마루 박재성 어디일까 이름은 나이는 굳이 궁금하지 않다 설혹 꽃을 못 피운다 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해도 내 몸을 지탱해 주는 한 줌의 햇살 내 목을 축여줄 한 방울의 빗방울 날 흔들어 깨워줄 바람 한 점에도 감사해하며 행복해하며 잊힌 시(詩)처럼 사는 삶인데 2024. 7. 8.
능소화 능소화                         마루 박재성 하늘로 오르는 길 오르다 오르다 그 경계에서 허리 숙이는 덩굴 높은 곳을 향한 내 사랑의 정열만큼 빨갛지도 않고 오르지 못해 가슴 치는 아쉬움만큼 노랗지도 않은 하늘 향한 그리움을 삭이는 주홍빛으로 담장에 올라앉아  부여잡아 보는 햇살 그 햇살 위에 그 사랑이 있음인데 결코 내려오지 않는 그 사랑이 어느 날 꿈에서 새겼으려나 그 사랑의 가슴 뜨거운 희열을 그 사랑을 지우지 못하는 미련을 나 그 미련으로 수천 번 피었다 지더라도 또 피어서 그 사랑을 앙모할 수밖에 없는 능소화의 단심이랍니다 2024. 7. 2.
7월의 능소화 7월의 능소화                       마루 박재성 능소화나무 덩굴 우거진 사이 주황빛 함박웃음이 어지러이 난분분하면 소화는 바빠진다 지난 시절 놓쳤던 인연 또 놓칠까 보냐며 끼 많은 웃음 감추지 않고 진한 향기 뿜어 유혹하지만 오라는 임은 안 오시고 지나는 짓궂은 바람은 꼬리로 살랑살랑 흔들고 가고 뜨거운 햇살은 은근히 다가와 속살 헤집으며 희롱하느라 날 저무는 줄 모르니 너무 높아 다다를 수 없는 태양을 품고 싶어 하는 소화는 소화는 7월의 능소화는 그 가슴만 애달프구나 2024.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