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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분류/삶403

꽃이고 싶고 꽃이고 싶고                            마루 박재성 보드라운 햇살을 보면 햇살이고 싶고 결 고운 바람을 만나면 바람이고 싶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꽃이고 싶고 붉게 타는 단풍을 보면 단풍이고 싶고 순백의 눈을 맞으면 눈이고 싶으니 어느 것 하나로 만족할 수 없어 숱한 밤을 고민했고 그들이 될 수 없음을 알았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때론 햇살은 너무 뜨겁고 강한 바람은 나무를 쓰러트리고 떨어진 꽃은 추하고 단풍은 낙엽 지며 쓸쓸하고 눈은 녹아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밭에 지켜주어야 할 모두를 옮겨 놓을 수 있는 나로서 존재하며 그들을 느낄 때 비로소 행복하였기에 2024. 11. 26.
산사의 가을에는 산사의 가을에는                  마루 박재성 담장 안에도 담장 밖에도 가을은 익어 가는데 그 담장은 신비의 경계이려나 햇살은 절로 한가하고 바람은 소소하기만 하니 마음 한 자락 산방 툇마루에 꺼내어 말리기 좋더라 가을이 절여지고 단풍빛이 물들어가니 꾸덕꾸덕 붉어지더라 2024. 11. 8.
가을 사진 가을 사진                          마루 박재성 가을 그 심연의 우수를 담아낸다 가을바람이 지나는 길 흔들리는 나뭇잎에서도 오솔길의 발길에 차이는 풀벌레 울음소리에서도 비스듬히 누운 햇살 안은 갈대숲의 은빛 물결에서도 가을은 추억하면서도 돌아가지 못하는 그때에 대한 상념으로 긴 한숨을 토해낸다 가을 사진 속에 투영된 내 한숨과 같은 길이의 긴 한숨을 2024. 11. 7.
가을 여유 가을 여유                         마루 박재성 남으로 난 창으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안고 넘어지는 햇살이 들어오고 사각 창틀에 갇힌 단풍이 울긋불긋 분칠하고는 창턱에 턱을 괴고 있다 바람 한 줄 지나가면 따뜻한 차를 즐기는 나를 남겨두고 가을 타는 내 영혼은 붉은 단풍잎을 따라간다 2024. 10. 27.
무명초의 절규 무명초의 절규                       마루 박재성 내 이름도 왜 이곳에 있냐고도 어떻게 살았냐고도 묻지 말라 너와 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지금 마주한 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너의 소소한 관심으로 나의 내일을 꺾지는 마라 2024. 9. 25.
허수아비 허수아비                      마루 박재성 행복이 외로움이 죽음이 무엇인지 묻지 말아라 간섭도 사랑도 증오도 그저 사치일 뿐이다 말없이 움직임 없이 호흡 없이 살아지는 삶이다 주어진 시간이 있을 뿐 희망도 미련도 없다 들녘에 서서 나 하나의 존재로 삼라만상을 품은 가슴이 좁다고 할 뿐이다 2024.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