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는 날
마루 박재성
기다림이 있어서인가
바람 없는 골목에
눈부심으로 내리는 눈
손부끄러워
입 벌리고 맞았던 시절
한 송이 두 송이
긴 눈썹 위에 쌓이면
붉은 볼 위에서 망울지던 날
눈의 요정처럼
팔 벌려 하늘을 품고는
네게 열어둔 가슴 안으로
날아들던 열셋 순정
눈에 젖은 날개가 마르기 전에
가슴을 닫고 품었어야 할
첫사랑인데
순수함만큼이나 서툴렀던
풋사랑으로
날개 마르고 남은 물방울만
가슴에 남기고 날아갔지
또 눈 내리는 날에
눈을 들어서
내리는 눈 반기다
가슴에 남은 물방울이
눈으로 흐를 것 같은
하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