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마루 박재성
하늘을 가리는 굵은 빗방울이
은행나무의 노란 잎새를
떡갈나무의 갈변된 잎새를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새를 때리면
그 힘을 주체 못 하는 잎새들
어느 한순간
잎자루를 떨치게 만드는
그 힘 앞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도
맥없이 떨어져야만 하는 비애
네 앞에서
너의 마지막 한 마디에 느껴야만 했던
그 가슴 통증이
우수수 떨어져 켜켜이 쌓인다
그 낙엽들 위로
차가운 빗방울 떨어지면
그것은
그리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