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여인 / 마루 박재성
당신이 옆에 있다면
손을 뻗어
빗방울을 받아도 보겠지만
깔깔깔 소리 내어 웃으며
발로 물장구질도 치겠지만
품속에 안기어
입술도 맡겨보겠지만
당신을 더듬던 손만
아쉬움 가득 안은 채
우산을 받쳐 들고
헛헛한 허공 속에서
빗방울만 헤아리고 있습니다
차가운 빗방울 하나가
우산을 때리면
아름다웠던 추억 하나가
산산이 조각나며 사라지고
사라진 추억만큼
아파지는 가슴을 깨물고 깨물어
피멍 든 가슴에서 배어 나오는
붉은 눈물방울만
가로등 밑에 흘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