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
마루 박재성
가을꽃
국화꽃 한 송이
찻잔에 띄웠을 뿐인데
촉촉한 가을의 오후가 찾아든다
창밖의 빗소리마저
계절을 잊고
가을 빗소리를 내면
싸늘한 빗줄기 속
빗물 머금은 국화꽃 사이에
뒷모습으로 남아 있는
더없이 소중했던 네가
고개를 돌려 내게 다가온다
향긋한 국화꽃 향 속에 갇힌 내게
밝은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어
유리창에 부딪히면
그 가을날
눈물에 젖었던 내 마음이
가만히 창문 열고
국화꽃 향을 네게 보내며
너를 안아보려 하지만
국화꽃 향은 어디로 가고
애타는 가슴만
처량하게 빗물에 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