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 속에서 / 마루 박재성
어디에선가
너는 이 비를 맞을 것이다
내가 이 비를 맞고 있듯이
서릿발 같은 격한 감정이
서로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이별이지만
너도
나도
아름다웠던 순간이 너무 많아
결코 잊을 수는 없으니까
긴 겨울의 끝에서
숨죽였던 뿌리의 생명력이
이 빗방울을 끌어올려
새싹을 돋게 하고
꽃잎을 벙글게 하듯이
너의 가슴에도
나의 가슴에도
예전의 우리 사랑이
다시 벙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있는 한
그리움의 발걸음을 부르는
봄비 그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