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마루 박재성
보릿고개 넘기 위해
품삯 팔러 장수로 가는 길
60명 채워 넘던 육십령
목숨줄 달랑 하나
육십고개에서 잃으나
보릿고개에서 잃으나
꺼이꺼이
눈물짓던 어머니
돌아보면 보일까
돌아보고 돌아봐도
산적마저 보이지 않고
저문 가을
새경 쌀가마에 묻힌
구릿빛 얼굴
60명 어름치에 끼어
앞만 보고 앞만 보고
내달린 발걸음이
용추골 싸리문 열면
버선마저 신지 않은 채
달려 나오시던 어머니
늦은 밤
내 할머니 곰방대로
뻐끔뻐끔
겨울바람 넘어가면
아버지는 밭은기침만
헴헴 된다
* 육십령 :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을 잇는 고개
산적을 피하기 위해 60명을 채워서 넘었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