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해를 따라
마루 박재성
저무는 해를 따라
산새는 짝을 찾아 날아가고
풀벌레는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모두 제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는데
그 사람과의 약속이라도 있는 듯
길이 시작되는 곳을 바라보며
그리움의 좁은 우산 속에 갇혀
옛사랑의 그림자를 더듬는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사랑의 밀어들이
귓가의 못으로 남아
하루치를 파고드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시간
심장으로 향하는
못 끝의 날카로움을
애써 눈물로 참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