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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좋은 시 모음

[스크랩] 선운사에서....최영미

by 마루 박재성 2016. 6. 30.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최영미

 

 

옛사랑을 묻은 곳에 새 사랑을 묻으러 왔네
동백은 없고 노래방과 여관들이 나를 맞네
나이트클럽과 식당 사이를 소독차가 누비고
안개처럼 번지는 하얀 가스...... 산의 윤곽이 흐려진다

神이 있던 자리에 커피자판기 들어서고
쩔렁거리는 동전소리가 새 울음과 섞인다

콘크리크 바닥에 으깨진,
버찌의 검은 피를 밟고 나는 걸었네
산사(山寺)의 주름진 기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다시 선운사에서....최영미



 

 


1961년 서울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1995년 홍익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비평》 등단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돼지들에게』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번역서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 『그리스 신화』
서양미술 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등

 

Camellia flowers in Seonunsa Buddhist temple in Gochang,

North Jeolla Province particularly stand out due to their display

of tenacious-looking evergreen leaves and bright red flowers against

the backdrop of the ancient temple.

고창 있는 선운사 동백꽃 오래된 사찰 배경으로 자라 강인하게 보이는

푸른 강렬한 붉은색 자태 때문 특히 두드러진다.  

 

 

 

  

선운사 /송창식 작시.작곡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이예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이예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이예요

 



 

 

1991년 어느 날 새로 잡은 직장이 종각 근처에 있어

YMCA를 기웃거리던 중 인천에서는 없어진 Sing Along Y 행사가

계속되고 있어 퇴근 후 YMCA 빌딩 2층 강당을 찾아 갔다.

넓은 공간에 노래 배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고
기타보다 피아노를 치며 가르치는데
그 중 유난히 노래를 잘하는 여자가 있어 누군가 보니
당시 유행하던 운동권 노래 그룹인 노찾사 멤버였다.

그 날 배운 노래가 송창식의 노래 중 내가 알지 못하던 선운사였다.
처음 보는 악보이지만 그래도 초견으로 불러 보니 너무 좋았고
가르치던 사람이 내가 열심히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내게 앞에 나와 불러 주기를 원해 부르기도 했다.
이 모습은 내가 중3때부터 Sing Along Y를 다닌지 늘 겪는 일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노래라면 내가 잘 못해도 나가서 부른다.

노래의 가사를 보고 문득 선운사의 동백꽃이 보고 싶어졌다.
근로자의 날이 마침 가까이 있어 내가 고창 선운사 간다 했더니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가 따라 나선다.

선운사에 도착하여 근처 민박집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 선운사 경내 마당에 도착하니 내가 보고 싶었던
동백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고
그 밑에 시들지 않은 빨간 꽃봉우리들이 나무의 가지 둘레만큼이나
넓게 그림자처럼 떨어져 있었다.

꽃 봉우리를 하나 들고 보니 정말 노래가사처럼
눈물처럼 뚝 뚝 떨어져 버렸네.
이런 꽃이 있을까?
다 피어 화려함을 나무에 매달려서 뽐내어야 하는데
동백꽃은 사람들이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땅에 떨어져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원래 선운사 뒷 언덕에 동백꽃 숲이 있다 하는데
철조망으로 모두 막아 놓아 멀리서 바라 볼 수 밖에 없음이
아쉬웠지만 단지 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동백꽃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그 뒤로 여행다닐 때마다 동백꽃을 유심히 보고
동백꽃 숲이 좋은 서천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동백꽃에서는 순결한 인생이 보인다.

 

 

 

 

 

 

THU.14.JANUARY.2016  정효 (丁曉)

FOEM:선운사에서/최영미

MUSIC:선운사/작곡.작시. 노래 송창식

PHOTO: 전북 고창 선운사  겨을풍경

 


 

 

 

 

 

 

Recommendation for show respect to one's poet!!

추천은 시인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의 표현!! 

 

 

출처 : 아미타파
글쓴이 : 정효(丁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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