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눈에 문제가 있어서 답방/답글 없이 공개만 합니다
옛시/재서엉이 2

[스크랩] 술 한 잔이 생각나는 이유

by 마루 박재성 2016. 5. 6.

문득 앞서가는 사람의 머릿내가

향수를 자극한다

 

시냇가 수풀 사이에 족대를 걸쳐두고

수풀을 발로 밟아 물고기 몰아내어

그물 가득 날뛰는

버들피리, 미꾸라지, 송사리, 메기

 

양동이 가득 채워진 물고기가

가을 하늘을 따 먹듯이

물 밖으로 주둥아리를 뻐끔 된다

 

어른들은 동전 몇 개를 주며

양동이를 받아들고

다리 밑 그늘에서

화투 치는 패거리에게로 다가가고

장작을 모아 불을 붙인다

 

하얀 연기가

멀리 뭉게구름 앞으로 사라지고

술잔을 부딪친다

 

비릿한 머릿내가

그날의 소주 안주로 죽은

물고기를 닮았다

 

출처 : 풍경이 있는 시
글쓴이 : 재서엉이 원글보기
메모 :

'옛시 > 재서엉이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가을이 온다  (0) 2016.05.06
[스크랩] 가져가련  (0) 2016.05.06
[스크랩] 비와 그녀  (1) 2016.05.06
[스크랩] 일출 2  (0) 2016.05.06
[스크랩] 일출  (0) 201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