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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재서엉이 2

[스크랩] 도시의 휴가

by 마루 박재성 2016. 5. 6.

길가의 쇼윈도 안에는

작렬하는 뜨거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도의 차량만을 응시하는

움직임 잃은 몸짓이

넋두리할 생각마저 잊었다

 

불 꺼진 네온사인만 지키는 거리

여름의 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밀려오는 짜증은 증폭되고

멈출 수 없는 현기증은

땡볕 아래서 낮술에 취한 듯

갈지자로 간다

 

누군가 던진 미소에 맞아 쓰러진 자존심마저

풀어헤친 넥타이처럼 축축 늘어지고

발걸음에 차이는 늘어진 오후의 하품마저

권태감에 찌든 이마 위 주름에 앉아있는

 

다 빠져나간 도로의 한산함

공원에 울리던 아이들 목소리의 실종

맴맴 되는 말매미의 절규만이 절절한

참,

맥 빠지는 텅빈 도시의 휴가이다

 

출처 : 풍경이 있는 시
글쓴이 : 재서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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